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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팀,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기억하며

NBA 넋두리

by REDIAN 2020. 8. 1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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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이 이어진 서부컨퍼런스 8번 시드 쟁탈전은 최종전까지도 이어졌습니다. 멤피스가 16패로 주춤한 사이 포틀랜드는 52, 피닉스는 무려 70패를 거두며 무섭게 쫓아왔고 샌안토니오도 52패로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남겨놓은 상황이었습니다. 라마커스 알드리지와 트레이 라일스라는 포워드의 핵심 선수 2명이 빠졌지만, 켈든 존슨 등 영건들의 투지와 4가드 시스템의 적절한 운용을 통해 호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에 22년간 이어온 샌안토니오의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었습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데이비드 로빈슨이 장기 부상을 당한 1996-97 시즌이 끝난 후 전체 1픽으로 역대 최고의 파워포워드인 팀 던컨을 뽑았고, 그가 신인이었던 1997-98 시즌부터 2018-19 시즌까지 연속 진출 기록을 이어왔습니다. 팀 던컨 데이비드 로빈슨으로 이어지는 트윈 타워는 1999년과 20032번의 우승을 이루었고, 로빈슨의 은퇴 이후에도 3번이나 더 우승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던컨이 노쇠하기 시작하자 빅3의 나머지 2명인 토니 파커와 마누 지노빌리가 팀의 중심이 되었고, 2010년대 이들마저 노쇠하자 예상치 못했던 선수인 카와이 레너드가 MVP급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는 3번의 DECADE(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에 걸쳐 우승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팀 던컨의 은퇴 시즌이었던 2015-16 시즌 스퍼스는 팀 역대 최고 승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739패로 역대 최다승 기록을 경신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밀려 전체 2위에 그쳤지만, 6715패의 호성적은 역대 2위팀 중 가장 높은 승률이었습니다. 3의 노쇠화에도 신예 카와이 레너드와 외부 FA로 영입한 라마커스 알드리지의 쌍포가 맹활약한 덕분입니다. 던컨이 은퇴한 후 첫 시즌인 2016-17 시즌에도 6121패로 여전한 지배력을 선보였고, 역대 최초로 20시즌 연속 정규시즌 6할 승률을 돌파한 팀이 되었습니다. 카와이 레너드의 맹활약 덕분에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한 것은 덤입니다. 하지만 자자 파출리아의 비매너 플레이 때문에 레너드가 큰 부상을 당했고, 스퍼스는 맥없이 무너지고 맙니다. 그리고 다음 시즌부터 스퍼스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2017-18 시즌은 아예 레너드없이 시즌을 치르게 되었고, 알드리지의 맹활약 덕분에 7위로 겨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2018-19 시즌은 레너드의 반대급부로 트레이드되어 온 드로잔과 알드리지의 활약 덕분에 또다시 7위를 차지하지만, 1라운드에 그칩니다. 2019-20 시즌에는 알드리지의 노쇠화와 함께 포워드진이 심각한 생산력 부재를 보여주며 위기를 맞이했고,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리그 중단 전까지 27승 36패로 서부 12위에 그쳤습니다. 때문에 '올해는 정말 위기이다'라는 말이 대두되었습니다. 걱정 속에서도 늘 호성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던 그들이지만 5할 미만의 승률 속에서는 심각하게 걱정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라마커스 알드리지와 트레이 라일스가 올랜도 버블에 합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많은 샌안 팬들은 기대를 접었을 겁니다. 이어온 역사와는 별개로 전력 누수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스퍼스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데릭 화이트 - 로니 워커 - 디욘테 머레이 - 더마 드로잔 - 야곱 퍼들로 이어지는 4가드 1빅맨 라인업으로 에너지레벨을 극대화했고, 빠른 템포로 상대 빅라인업을 무력화시키며 승기를 가져갔습니다. 식스맨들인 켈든 존슨, 루디 게이, 드류 유뱅크스 등의 허슬 넘치는 플레이는 덤입니다. 새크라멘토, 멤피스, 유타, 뉴올리언스, 휴스턴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을 잡아내며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지만, 아쉽게도 멤피스와 피닉스의 승리로 플레이오프 가능성은 사라졌습니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주전을 결장시키거나 짧은 출전시간을 소화하게 했고, 마찬가지로 출전시간을 관리한 유타에게 패합니다. 이렇게 길고 길었던 샌안토니오의 연속 진출 기록은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도 성공했다면 역대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역대 타이 기록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팀 던컨이라는 위대한 선수의 데뷔와 함께 시작된 역사는, 그가 은퇴하고도 3시즌을 더 이어간 후에야 끝났습니다.

 

22년의 긴 시간동안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샌안토니오가 마지막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할 당시 미국 대통령은 빌 클린턴이었고, 최초의 DVD가 판매되었으며 타이거 우즈는 그의 첫 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했습니다. 또한 최초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출간되었고, 타이타닉이 영화관에서 상영되던 시기입니다. 그리고 샌안토니오가 기록을 시작할 때에는 시카고 불스가 2번째 스리핏을 완성했고, 코비 브라이언트가 19살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 올스타로 선정되었으며 그리즐리스의 연고지는 밴쿠버였습니다. 그리고 팀의 기둥인 팀 던컨을 신인왕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시기였습니다. 스퍼스의 왕조를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울고, 웃고, 기뻐하고, 슬퍼했으며, 안타까워 했을 겁니다. 지독하게 강한 스퍼스를 지켜보며 싫어한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샌안토니오는 원팀으로서 기록을 이어갔기에 더욱 가치가 있습니다. 긴 플레이오프 연속 진출기간 동안 로터리 픽은 꿈도 못 꿨고, 타팀에서 저평가된 선수를 트레이드해오거나 저평가된 선수를 드래프트하는 등의 방식으로 팀을 유지했습니다. 또한 어느 한 슈퍼스타에 의지하지 않고, 때로는 벤치 멤버가 대폭발하기도 하며 구성원들이 고른 기여도를 가져가는 농구를 추구했습니다. 샌안토니오를 이끈 리더인 팀 던컨과 감독 그렉 포포비치. 그들의 변함없는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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